우드비 셀비지 데님 워크 자켓 (커버올)

여태 데님 팬츠는 꾸준히 출시하고 있었지만 상의는 처음. 생각을 안했던 건 아닌데 뭔가 데님 카테고리는 오리지널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고민했다. 청바지 생산이 슬슬 심심해질 때 즈음에 결국 자켓에 관심이 생겼는데, 더 정확하게는 매력적인 인디고 데님 원단으로 바지만 만드는 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레퍼런스를 찾기 시작했고 트러커와 커버올 중 평소 미드 정도의 기장감을 좋아해서 커버올 자켓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럴 수가!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커버올 자켓이 있었다. 시대별로, 회사별로 디자인이 제각각이었는데, 그래도 기본적인 패턴 틀은 비슷했고 포켓 디테일에서 차이를 보였다. 아무래도 작업복으로 쓰였던 이상 기능적인 부분은 강조될 수 밖에 없었나 보다.

J.C PENNY 산하의 PAY DAY 커버올 자켓. 40년대 제품이다. WW2 물자 통제가 있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당시 커버올 자켓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심플했다. 특히 전면부 아웃포켓에 플랩 유무 정도로 나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런 모델만 있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드비스럽게 풀어내기엔 안성맞춤의 베이스가 되었다.

1차 샘플. 사이즈감은 좋았다. 하지만 친 스트랩이 반대 방향에 달렸고 앞섬 밑단이 일자로 되어있다. 이 부분이 좀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느꼈다. 동그랗게 굴리는 게 더 우드비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앞섬을 접어서 박는 방식에서 2겹으로 나눠서 굴리게 변경했다.

바텍이 사선으로 되어있는 빈티지들이 많았다. 이게 작은 차이지만 시각적으로는 강력했다. 그래서 일자에서 사선으로 변경하게 되었고 컬러는 어떻게 갈 것인가?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작년부터 내세웠던 워시드 퍼플을 하려고 했으나, 호불호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존 레드에서 좀 더 물이 빠진 듯한 컬러를 선택했다.

그렇게 최종 버젼이 나오게 되었다. (하아.. 사진 왜이래ㅠ 콘탁스 G2 진짜 가만 안놔둔다!) 고민을 많이 한 덕분에 이쁜 제품이 나온 것 같다. 빨리 날씨 풀려서 워싱 빼고 싶다!

출처 : vintage-mushroom.net

콘탁스 G2

고수는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는데, 나는 왜 좋은 카메라를 사고도 엉망인거지. 초점 맞추는 게 쉽지가 않네. 빨리 더 많이 찍고 익숙해져야겠다.

와인드 인 서울 팝업을 마치며

자문을 해본다. 사업이란 무엇인가?

돈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게 사업이지만, 문제는 빼놓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욕망의 배설물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옳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걸 타협하지 않고 그려내는 사람들. 디그레의 경환이, 본로우의 현석혜진, 와인드샵 세형이 그리고 파라핀의 진우민철까지. 그런 친구들과 함께 팝업을 하여 즐거웠다.

우리 모두 큰돈 벌긴 글렀지만 그래도 모두 꽃길만 걷길!

수염에 관하여

파리에서는 WEIRD OUTFIT 을 심심치 않게 보는데 한국인은 너무 다 깔끔하게 옷을 입는다는 아가타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요즘 내 머리와 수염에 시어머니 코멘트가 많은 걸 보면 당연지사.

다양성이 존재하기 힘든 사회. ‘정’이라는 단어로 많은 걸 포장하지만, 사실은 정성스러운 헛소리.

우드비 조제 컬렉션 chapter 1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일본 영화. 극 중 사토시가 착용했던 옷도 옷이지만 사실 더 강렬했던 건 시간인 것 같다.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던, 지금의 편리함이 불편함으로 다가오지 않던 시절. 어쩌면 우린 갖지 못했을 때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마치 미완이 아름다운 것처럼.

패션을 넘어 문화 전성기를 누리던 때라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레고리 백팩이었다. 구로고 라벨이 박힌 립스탑 원단의 레드 컬러 가방은 우리를 유혹하는데 어려울 게 없었다. 마음이 동함과 동시에 이베이를 샅샅이 뒤졌고 품에 들어온 순간 일본으로 떠났다.

영화에 나온 장소를 찾아가는 데에는 이해를 바라지 않았다. 소속사 앞에 서있는 아이돌 그룹의 팬 마냥 공간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만큼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으니까. (나 마저도 그런 사람을 보면 굳이 저기에 왜 저러고 있지? 싶으면서도 내가 그랬다고? 소스라치는 걸 보면 단언하는 건 위험하다.) 장소를 3곳으로 추렸고 3박 4일 일정동안 도쿄의 끝과 끝을 오가는 강행군을 했다. 힘들었던 만큼 기억이 생생하고 이 여운을 함께 나누고 싶다.

대선 투표 그리고 정치

“투표했어? 00는 뽑지마. 00 뽑아. 알겠지?”

정치 성향은 부모의 영향이 9할을 차지하는 것 같다. 마치 종교처럼. 무의식에 지지하는 당 내지는 성향이 잡히는데 나 또한 그랬다. 너무나 커버린 지금은 한 번씩 곱씹어 본다. 정치란 뭘까?

선과 악의 구도로 항상 프레임을 씌어 놓지만 결국 정의 대 정의의 싸움이다. 그들의 얘기가 나에게는 한없이 개탄스럽지만 그 또한 그들의 정의. 어렵다.

나 같은 놈이 뭘 알겠는가. 그래서 빙의를 해본다. 내가 지금 출마를 한다면 어떤 것을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것을 안할 것인가. 그렇게 선택지를 좁혀간다. 더 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

미니 화로의 즐거움

한국은 대부분 주문한 고기 전부를 한 번에 구워준다. 화로가 허락하는 선에서 다 올리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구워지는 시간에 맞춰 먹어야 한다. 사실 곱씹어 볼 내용인가 싶긴 한데 나는 천천히 먹는 걸 선호한다.

미니 화로의 매력은 여기서 나온다. 일본 야키니쿠가 딱 이런 스타일이라 갈 때마다 느끼는데, 내가 먹고 싶은 타이밍에 원하는 굽기로 먹을 수 있다는 게 나에게는 크다. 한국은 목살, 삼겹살 대부분 큰 덩어리로 주는데 반해 한점씩 슬라이스해서 나온다는 것도 좋다.

이렇게 먹는 사람 처음 봤다며 주변에서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있는데, 먹어보면 즐겁다. 혼밥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혼자 사는 분이라면 미니 화로 꼭 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