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비 조제 컬렉션 chapter 1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일본 영화. 극 중 사토시가 착용했던 옷도 옷이지만 사실 더 강렬했던 건 시간인 것 같다.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던, 지금의 편리함이 불편함으로 다가오지 않던 시절. 어쩌면 우린 갖지 못했을 때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마치 미완이 아름다운 것처럼.

패션을 넘어 문화 전성기를 누리던 때라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레고리 백팩이었다. 구로고 라벨이 박힌 립스탑 원단의 레드 컬러 가방은 우리를 유혹하는데 어려울 게 없었다. 마음이 동함과 동시에 이베이를 샅샅이 뒤졌고 품에 들어온 순간 일본으로 떠났다.

영화에 나온 장소를 찾아가는 데에는 이해를 바라지 않았다. 소속사 앞에 서있는 아이돌 그룹의 팬 마냥 공간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만큼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으니까. (나 마저도 그런 사람을 보면 굳이 저기에 왜 저러고 있지? 싶으면서도 내가 그랬다고? 소스라치는 걸 보면 단언하는 건 위험하다.) 장소를 3곳으로 추렸고 3박 4일 일정동안 도쿄의 끝과 끝을 오가는 강행군을 했다. 힘들었던 만큼 기억이 생생하고 이 여운을 함께 나누고 싶다.